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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s

[북리뷰] 상처받지 않는 영혼 - 마이클 싱어

by 힐러PM 2022.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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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과 치유]

이 책의 영어 원제목은 ‘The Untethered Soul’이다.

‘Untethered’의 뜻은 ‘매여 있지 않다’는 뜻이라서 직역하면 ‘속박당하지 않는 영혼’ 정도일 텐데

어째서 이것을 ‘상처받지 않는 영혼’이라고 번역했을까?

아마도 역자는 저자인 마이클 싱어가 이 책에서

우리의 의식이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속박(tether)이
결국 ‘상처’로 귀결되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한 내용을 반영하고 싶었던 것일수 있겠다.

속박은 상처가 되고,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이것은 더 나아가 우리 육체의 병리적 현상이 된다.

책의 제목에서부터 깨달음이 치유의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의식-에너지-성장]

‘내가 하는 생각은 내가 아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도는 목소리.
그것은 에고(ego)이기도 하고 인간의 두뇌 작용이나 미숙한 의식작용이 만들어내는 환상에 불과하다.
그 목소리는 대개 두려움이나 욕망처럼 내면에 풀어내야 할 에너지가 쌓여 불편해질 때 만들어진다.
살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
이것이 내면의 목소리임을 알아차리고 그냥 가만히 관찰한다.
이런 태도는 막힌 에너지의 소용돌이를 잠재울 수 있다.
지켜보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것과 다르다.

개인의 진정한 성장이란, 불안해하면서 보호를 요청하는 자기 안의 어떤 부분을 극복해내는 것에 관한 문제이다“(본문 인용).

목소리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지켜봄은 어쩌면
나의 내면의 엉킨 문제점들을 대면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겠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곤경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의식을 일깨워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과 감각의 중심에 있는 ‘참나’를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가슴속에 뭉쳐서 저항을 만들어내는 에너지 패턴을 ‘삼스카라’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내면 의식이 만들어내는 경계와 저항을 이러한 에너지의 흐름에 빗대어 설명했다.
이것은 동양철학의 ‘기(氣)’와도 비슷한 것 같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매 순간 경험하는 일들에 대해 집착하거나 밀쳐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이러한 에너지의 흐름을 의식적으로 느끼고 상상해 보라.

이런 훈련을 통해 일상에서 지속해서 쌓이는 ‘삼스카라’의 뭉치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겐 이미 그동안 살아오며 내면 깊숙이 만들어놓은 온갖 한계와 왜곡된 자의식의 껍질들이 한가득 있다.

내적인 두려움은 마음속에 견고한 벽을 쌓고 의식을 그 안에 가두고
당신이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보호벽이 있다면 그 안으로 숨는 대신 그것을 버리고 두려움과 대면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을 잠재의식과 의식으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것으로 인식할 수 있을 때,
또는 마음이 전부 표면으로 떠오를 수 있을 때,
우리 의식은 비로소 해방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나의 경우 마음속의 목소리와 자아를 충분히 깨닫고 의식을 정화하려고 노력했지만
수십년 동안 만들어온 내면의 두터운 벽을 허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며칠 전만 해도 냉장고 정리를 하다가 옆에서 훈수를 두는 남편에게 심하게 신경질을 내면서 화를 내었다. 이 책을 열심히 읽으면서 저자의 설명처럼 내면을 탐구해 보고자 짧게나마 명상도 하고 어떤 사소한 일들은 문제없이 잘 넘어가기도 하면서 ‘이제 나도 조금은 성장을 했구나’ 하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조건반사처럼 날카로운 반응이 튀어나온 것이다. 내가 심하게 화를 내고, 남편은 무안해 하고, 나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나는 왜 화가 났을까?
생각해보면 두려움 때문이었다.
냉장고 안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썩은 음식물들과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싫었다.
남편은 그야말로 ‘나의 두려움을 건드리는 짓’을 했을 뿐이었다.
냉장고 안의 썪어가는 음식물은 그 자체로 혐오스러운 것일 뿐 아니라
나의 게으름과 안일함과 같은 감추고 싶은 어두운 면까지 모두 집약되어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생각만으로도 ‘막힘’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해방을 이루기 위한 실천적인 조언들이 가득하다.
‘마음속 가시 빼내기’, ‘마음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그런 감정과 반응을 느끼는 주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그러한 상황들의 에너지가 지나가게 해아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참나’ 안에 머물러야 한다. 이 ‘참나’ 안에 오래 머물러 있을 때 깊은 곳부터 올라오는 에너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 에너지의 흐름이
'마음과 감정을 경험하는 곳인 앞쪽보다는 뒤쪽으로부터 올라온다
라고 한 것이다.
한의학에서 ‘독맥’에 해당하는 경맥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맥은 인체의 ‘양경맥(陽經脈)’이 모두 모이는 곳으로 ‘기(氣)’의 흐름과 관계가 깊다고 배웠는데
이 책에서 이런 내용을 발견해서 무척 반가웠다. ‘진정한 성장은 당신이 마침내 고통을 대면하기로 마음먹을 때 일어난다’(본문인용)
는 것을 깨닫게 되면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바뀌게 되는 것 같다.

내 삶을 지배하는 것이 고통이어서는 안된다.
고통을 겁내지 않게 되었을 때 우리는 삶의 모든 상황을 두려움 없이 대면할 수 있게 된다.

위에 언급한 나의 경우에서
내가 더이상 남은 음식물에 대해 두렵고 불쾌한 감정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상하기 전에 다 먹거나 아니면 상한 것을 알았을 때 바로바로 처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매번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오래된 반찬통이 눈에 들어왔을 때 기분이 무거워지며 황급하게 냉장고 문을 닫는 일은 결국 두려움 때문이었으니까.

저자는 ‘조건없는 행복’은 가장 수준 높은 기술이라고 했다.
조건 없이 행복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우리를 시험하는 고난들이 온다고 했지만
우리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삶의 목적은 경험을 즐기고 거기서 뭔가를 배우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시험’들은 우리의 영적 성장을 재촉해 줄 뿐이다.

우리 내부의 에너지를 이해하게 되었다면 명상을 통해 의식의 중심을 확고하게 하여 늘 깨어있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에너지 흐름을 다루고 세상을 진심으로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다니,
명상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건강과 치유에 대한 공부를 하다보면 결국 죽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 마이클 싱어는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소단원 하나를 할애해 가며
죽음이란 두려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삶의 일부로서 우리 삶을 충만하게 함을 설명하고 있다.

삶이 소중한 것은 우리에게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우리를 깨우치게 하는 힘이며, 삶의 궁극적 현실이다.
만일 나에게 일주일의 시간만 남아있다면, 이제까지 지나쳤던 것들, 하찮게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다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죽음을 인식할 때 되려 ‘지금 이순간’을 충실히 할 수 있게 되다니 아이러니하다.
죽음은 삶을 한순간에 뒤집어놓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삶을 온전히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죽음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해야 할 것을 서슴없이 하는 용기있는 태도야 말로
우리가 진정한 삶을 누리는데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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